"애사비 마시면 8kg 빠진다고요?" 논문 철회에 다이어터들 '뒷목'

 한때 '기적의 다이어트 음료'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애사비'(애플 사이다 비니거·사과 발효 식초)의 체중 감량 효과를 주장한 연구 논문이 통계적 문제와 투명성 부족 논란 끝에 결국 철회됐다. 과학적 근거의 엄정함과 대중의 기대 사이에서 벌어진 이번 해프닝은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지난 25일, 호주 A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권위 있는 학술지 'BMJ(영국의학저널) 영양·예방 및 건강'에 게재됐던 애사비 관련 논문이 공식적으로 철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해당 논문은 애사비를 꾸준히 섭취하면 단 3개월 만에 체중이 최대 8kg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외 유명 연예인들이 '애사비 다이어트'를 언급하며 SNS와 방송에서 그 효능을 홍보했던 터라, 이 연구 결과는 대중에게 더욱 강력한 신뢰를 주는 듯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발표 직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먼저 지적된 문제는 연구의 '일반화 가능성' 부족이었다. 연구팀은 12세에서 25세 사이의 과체중 및 비만 참가자 120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애사비를 마시도록 하는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처럼 소규모의 특정 연령대 참가자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투명성'과 '통계적 신뢰성'에서 불거졌다. 임상실험이 공개적으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점은 연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다. 임상실험은 연구 설계 단계부터 투명하게 등록되어야 하며, 이는 연구의 중복을 피하고 결과 조작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다. 또한, 논문의 통계 분석 방식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외부 통계학자들이 해당 논문을 검토한 결과, 연구 결과를 재현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논문의 과학적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 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임상실험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일은 과학적 진실성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꼬집으며 이번 사태의 본질을 꿰뚫었다.

 

결국 BMJ그룹은 이러한 논란을 수용하고 논문 철회를 결정했으며, 연구팀 역시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BMJ그룹은 이번 철회 결정이 "투명성을 강화하고 정직한 과학적 과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밝히며 학술지의 엄격한 기준을 재확인했다. 호주의 한 대학 영양학 교수는 이번 철회 결정이 "대중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애사비의 실제 체중 감량 효과에 대해 "건강상 이점은 소규모 연구에서 제한적으로 파악됐을 뿐, 아직까지 결론을 내릴 만한 충분한 근거는 없다"고 단언하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이번 애사비 논문 철회 사건은 현대 사회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건강 정보와 다이어트 트렌드를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특히 SNS와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중은 물론, 연구자들 역시 과학적 방법론과 윤리적 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며, 학술지는 그 최전선에서 과학적 진실을 수호하는 역할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빠른 효과'만을 좇기보다는, 검증된 정보와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다이어트 비법임을 이번 사건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