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화 속 그 성, 850년간 한 번도 함락되지 않았다

 독일 서부를 굽이쳐 흐르는 모젤강 유역은 잘 알려진 대도시를 벗어나 특별한 풍경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목적지다. 강줄기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포도밭과 언덕 위 고성들이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비현실적인 드라이브 코스를 선사한다.

 

이 지역의 수많은 고성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곳은 단연 '엘츠성'이다. 깊은 숲 속에 비밀스럽게 자리한 이 성은 1157년 완공된 이래 약 850년간 단 한 번도 외부의 침략에 함락되지 않은 철옹성의 역사를 자랑한다. 삼면이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로,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 덕분에 과거 독일 500마르크 지폐의 도안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엘츠성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33대에 걸쳐 한 가문이 소유권을 이어오며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중세 구조 그대로 난방이 어렵고 안전 문제가 있어 매년 겨울 휴관하며, 시설 점검을 거쳐 통상 3월 말부터 다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시기에는 성 내부를 볼 수 없지만, 숲길을 따라 성의 외부를 감상하려는 이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진다.

 

엘츠성이 숲 속에 숨겨진 보석 같다면, 강변 도시 코헴에 위치한 '코헴성'은 강과 포도밭을 굽어보는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낸다. 11세기 전략적 요충지로 지어졌으나 전쟁으로 파괴된 후 19세기에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 강 건너편 언덕에서 바라보는 성의 전경이 특히 인상적이다.

 


코헴성과 모젤강의 풍경을 한눈에 담기 가장 좋은 장소는 맞은편 산 정상에 있는 '피너크로이츠' 전망대다. 리프트 운행이 중단되는 겨울철에는 30분가량의 짧은 등산이 필요하지만, 정상에 서면 강을 따라 길게 늘어선 마을과 포도밭, 그 중심에 솟은 고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관을 마주할 수 있다.

 

모젤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이름 모를 수많은 고성들이 예고 없이 나타나며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이는 과거 이 지역이 수운 교역의 중요한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대부분의 성들이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문을 여는 봄, 동화 같은 풍경 속으로 직접 차를 몰고 떠나보는 것은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